2008년 04월 01일
Al Caffe (3) : Cappuccino Italiano
최근의 캔커피 고급화(?)의 물결을 타고 칸타타인지 뭔지 하는 원두커피를 표방하는 커피가 나왔답니다. 밖에서는 캔 음료를 사먹는 편이 아니라서 나온지 한참 된 물건인데 바로 며칠 전에 알았네요. 캔음료 주제에 엄청난 가격이지만 실험정신으로 마셔봤습니다.

...뭐야. 칸타타고 칸타빌레고 10번 정도 죽어라.
정신적 쇼크가 너무 큰 관계로 이번 회는 쉽니다.
라는건 훼이크고 오늘은 카푸치노(Cappuccino*1)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썰을 풀기 막막하니 오늘도 만만한 스타벅스부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전 이런 맥락에서 참 스타벅스가 좋아요. 말의 물꼬를 트는게 어디 쉬운 일이랍니까. 오늘은 스타벅스 메뉴판에 있는 '카푸치노'가 주제임다.
사실 카푸치노만큼 흔한 말도 없습니다. 어쩌면 그 핵심이 되는 '에스프레소'보다도 더 널리 알려진 레시피가 아닐까 하는데요. 네이밍 센스에서 추측 가능하듯 당연히 이탈리아가 오리지날입니다. 1년 정도 된 묵은 이야기이지만, 굳이 커피사(史)를 쓰자면, 1년 정도 전에 역사책에 실릴 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뭐냐 하면... 을 말하기 전에.
잠시 이야기를 돌려, 나의 유학 이야기를 좀 하겠스무니다. 때는 존핸 더운 6월의 어느날, 수업이 끝나고 같이 한 끼 때우려는 마음에 학교식당에 간 저는, 「6월은 한국 음식 페어의 달」이라는 관심 1g 정도 줄만한 캠페인을 보면서 식당에서 오늘의 추천 메뉴를 봅니다. 그런데 그게 한국 페어랍시고 하필...

...이런 물건이었습니다.
음식의 네이밍 센스는 차치하고, 좌측의 사진으로 음식의 맛을 추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맛이 니맛도 내맛도 아니고 거지개범벅이었다고 합시다. 당신은 이 자리에서 뭐라고 생각할까요? 제 반응은 대략 ↓
「이런 과일초파리같은 생퀴들 한국 음식에게 사과해라!」
네. 카푸치노의 본산지, 이탈리아가 바로 그랬습니다.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잡것들이 출몰해서 오리지날 카푸치노 대신 별 거지같은 음료에 카푸치노 이름을 달더니, 모카치노, 프라프치노,
그래서 무려 국립(...)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연구소라는 기관에서 카푸치노를 '정의'해버립니다. 간단히 말해 짝퉁은 짜지라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그 카푸치노의 표준이라는 것은...
레시피 표준
25ml의 에스프레소 샷
섭씨 55도로 데워진 125ml의 (거품을 포함) 우유.
약 150-160ml의 용량의 도자기 잔에 담을 것.
특징
수 초 안에 마실 수 있어야 할 것
마시고 난 뒤 컵 바닥에 우유의 거품 자국이 남을 것.
마시고 난 뒤 입가에 콧수염 모양의 거품이 남아 있을 것.
커피와 우유를 지나치게 섞어 완전한 갈색이 되지 않게 할 것.
...뭔가 숫자가 많이 나오는게.... 뭐 수량적 요소는 제끼고, 항목을 자세히 보면 Take-out 커피 전문점을 의식하는 문구가 곳곳에 보이네요. 특히 도자기잔의 경우는 커피 테이크아웃점의 종이재질 컵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고, 용량을 명확히 정한것은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점에서 큰 사이즈의 커피(Grande나 Venti등)를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중 가장 개그처럼 보이는 조항이 "마시고 난 뒤
아무튼, 저 기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보시고 싶은 분은 이쪽으로 부탁드립니다.
(링크 : UK, Guardian지,「Italy puts froth back into capuccino」2007.01.01. )
사실 저는 커피를 추출할 때 물의 온도가 몇 도여야 하고, 원두의 굵기와 볶아진 상태는 어느 정도여야 하고... 와 같은 일반적인 스탠다드에 크게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내 입에만 맛있느면 그게 최고의 커피인 것이죠. 굳이 제 추출방법을 이야기하자면 에스프레소가 30ml가까이 되게 추출하고 있으며, 8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우유로 만들어 내고 있으니 사도(邪道)군요. :D 어떤어떤 스탠다드에 맞추지 못했으니 니껀 흙탕물이고 내껀 흠좀 쌈박한 커피고... 미쳤지요?
하지만, 역시 문제가 있다면 카푸치노라는 음료가 잘못 이해되는 것이겠지요. 대충 메뉴얼 보고 배운 알바생이 프링글스 껍데기같은 머그컵에다가 거품만 잔뜩 얹어서 대충 내 놓는 것을 카푸치노라고 잘못 아는 것은 역시 곤란하지 않을까요. 입장을 바꿔서, 일본에서 팔고 있는 달달하고 겉절이만도 못한 '기무치'가 전세계 사람들에게 표준이라고 알려지면 안타까운것처럼 말이지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레시피를 소개한 이탈리아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감사의 표현이라 해 둡시다. : )
살짝 쉬어가는 의미에서 전세계적으로 고유명사나 다름없어진 '카푸치노'...라는 독특한 이름의 기원은, 흔히 말해지는 바로는 그 옅은 갈색이 이탈리아의 카푸친(Capuchin) 성당의 사제들이 입던 옷(robe)과 같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 카푸친 성당의 사제 중 하나인 Marco D'Aviano가 이 레시피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도 있군요.
↓대충 이런 색. 그런데 이런 색이라면 "흙치노"같은것도 나쁘지 않을 법 했는데 말이지요.

카페라떼나 카푸치노의 공통점은 바로 '우유'가 들어간다는데 있습니다. 비단 카푸치노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조금 본격적으로 우유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커피에 우유를 넣는 것은 맛은 차치하고라도 위장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회의 카페오레나 카페라떼, 그리고 이 카푸치노는 우유를 사용한 대표적인 메뉴라 할 만 합니다. 사실 커피점에 가보면 대부분의 메뉴는 에스프레소 샷에 우유를 섞는 일에서 시작되지만... 일단 '시럽이나 파우더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순수하게 에스프레소 + 우유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주위에 보면 커피 먹고 속 버렸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대체 이 괴리는 뭔가요. 자판기 같은데 보면 밀크 커피라고 되어있는데 이건 우유를 넣은 커피가 아닌가요? 네. 아닙니다. 우유의 짝퉁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물건이지요.
인스턴트 커피, 혹은 다방커피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프리마"라고 고유명사화되었지만 식품상 분류로는 "커피크림"혹은 "크리머(Creamer)"라고 하는 물건이 들어갑니다. 대충 분유랑 비슷하게 생겨서 분유처럼 우유를 어찌어찌 변화시킨걸로 보이는데 실제로 주요 성분은 팜유(식물성기름)입니다.
식품영양에 대한 지식이 초파리 레벨인 주인장이 멋지게 화합물 이름으로 설명해봤자 약 팔러 온 장사꾼의 사기나 다름없으니, 대충 몇 군데에서 짜깁기해봅시다. 주 원료인 (식물성)기름과 물은 기본적으로 섞이지 않아서, 이 둘을 섞어주기 위한 유화제를 넣습니다. 이 유화제가 소르비탄지방산에스테르(Sorbitan Esters of Fatty Acids)라고 하는 물건인데 일단 이름부터가 좀 무섭군요. .*2뭐 여기에 무슨 성분이 들어가는지는 아는 바가 없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고, 중요한건 이러한 프림의 성분들이 "오리지날 우유"와는 털끝만큼도 관련이 없다는데에 있습니다. 프림, 프림 하고 말하지만 조금 더 적나라한 영어식 표현을 빌리면, "Coffee Whitener"정도가 되겠군요.
이러한 프리마의 시발점은 네슬레(왜 그 코코아 만드는 회사요...)가 만든 "커피메이트"라고 하는 상표입니다. 19세기의 끝무렵에 최초로 등장한 이 제품은 사실상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 대혁명을 일으켰는데, 이전까지는 보존 기간이 수 일에 불과한 크림을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 장기간 보존 가능하게 한 것이지요. 나아가 1960년대에 개발이 시작된 새로운 생산라인에서는 카제인(우유의 단백질)과 유지방을 사용하지 않아 "Non-dairy creamer(유제품을 포함하지 않은 크리머)"라는 신어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크리머 안에 바닐라, 헤즐넛과 같이 맛을 내는 성분를 첨가함에 따라 심심한 인스턴트 커피에 '맛'마저 첨가하게 되는 것이지요. (종류는 이쪽의 위키피디아 참고) 결과적으로 인스턴트 커피와 함께 커피의 대중화를 이끌어 낸 쌍두마차라고 불릴 만 했지만, 커피라는 '음료'의 본질은 크게 흐려졌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소 이야기가 멀리 돌아왔는데, 결과적으로 다소 과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더라도 상식적인 레벨에서, 이러한 '프리마'를 넣은 커피와 '우유'를 넣은 커피 중에서 어떤게 더 위장에 부담스러울까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카푸치노나 에스프레소를 마신다고 흔히 알려져 있습니다만, 만약 커피가 위장에 나쁘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모두 강철의 위장이겠군요. 물론 저도 지금쯤 죽어 있어야 하겠지요 :D
결론이 붕 뜨고 있지만, 어찌되었 세계적으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듯이 카푸치노는 매력적인 음료입니다. 어디선가 '아이스 카푸치노'같은것도 얼핏 본 거 같은데, 우유 거품은 섭씨 50도 이상의 증기로 만들어내는게 기본인데 과연 어떻게 우유거품을 쓰는지 모르겠군요. 설마 거품 없이 이름만 카푸치노이려나.
다음 회에서는 모카와
.*1카푸치노의 올바른 알파벳 표기는 Cappuccino입니다. '치'라는 발음이 들어간다고 해서 Cappuchino는 아니지요,
.*2저는 '검증되지 않은 자연상태의 물질'이 '충분한 실험을 통해 그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인공물질'보다 단연코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쪽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 커피 크리머를 까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오리지날 우유가 아니기 때문'이지, 결코 '위험(해보이는)화학물질이라서'가 아닙니다. 전 식품영양학적 혹은 화학적으로 커피 크리머를 깔만한 지식도 의지도 없습니다(...)
# by | 2008/04/01 08:49 | al caffè | 트랙백 | 덧글(14)













